사람들은 감정이 혼란스러울수록 예술을 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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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빛그림 작성일15-09-29 18:05 조회2,011회 댓글0건본문
사람들은 감정이 혼란스러울수록 예술을 하고 싶어 한다.
창의적인 예술 작품의 동기를 살펴보면, 의외로 심한 갈등, 혼란, 그리고 고통이 있다.
괴로움과 상실의 아픔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무엇인가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 예술가가 작업한 결과가 작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작품은 고통을 극복한 기운을 품고 있기에 치유의 힘이 있는 것 같다.
고대부터 미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 사용되어졌다.
미술 활동의 결과가 사람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위안을 주고 편안함을 준다는 경험 반복이 역사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예술에 대한 '치유의 믿음’이 어떻게 보면 단순하게 형성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말하기를, 예술은 배고픈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예술가들의 낮은 경제력을 빗대어 하는 말이라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배고픔은 상징적 표현이다.
예술가들은 물질적인 부의 축적보다 마음을 더욱 중요시 한다.
마음의 고통과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물질적으로 배고픈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다.
마음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상위 자아인 영적인 영감과 창의성이 작품을 탄생하게 한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싶었던 조각가가 있었다.
그리운 이를 마음에서 보내기 위해 그의 유물인 애장품을 찍어나가면서 상실의 아픔을 수용하는 사진가도 있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거닐다가 마주친 고요한 자연의 숲 속에서 문득 영감을 받아 글을 쓰는 경우도 이와 같다.
심리적으로 힘들 때 일수로 예술가들은 더욱 자신들의 작업에 몰두하게 되는 묘한 경험을 한다.
마음고생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작품이 얻어진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무엇인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울 때, 무엇인가 창조해보고 싶은 충동!
미술 또는 예술 활동은 마술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인지 못하는 사이에 혼란을 자연스럽게 가라앉혀주는 힘을 보인다.
우리는 한 번 정도 지루한 수업 시간 끄적거리는 낙서를 해보거나 답이 생각이 나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지그재그 선이나 만화를 그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과거 화장실의 나무 문에는 다양한 낙서를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은밀한 곳에서 자유롭게 무엇인가 벗어나려는 내면 욕구의 충동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예술 작품이나 심리적 고통이 극심할 때의 글과 작품들은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다채롭고 매력적인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으니 실로 신비롭기조차 하다. 작품이 완성되면, 내가 언제 힘 들었나 싶은 생각을 하지만 말이다.
내담자에게 마음껏 아무거나 낙서나 그림으로 표현을 해보라고 한다.
이런 경우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나에게 불안하고 의심스런 눈빛으로 “낙서요?”라고 반문을 한다.
왜 그래야 하는 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과 그림을 잘 못 그린다면서 설레발 치면서 낙서 그림들을 그려나간다.
대부분은 처음 그려진 그림을 보고 ‘멋지고 좋다 내지는 갖고 싶다.’ 라고 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보통은 마치 쓰레기를 배출하듯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물론 가져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들에겐 그건 그냥 낙서일 뿐이니까.
나는 권유한다. 마음 가는대로, 손이 움직이는 대로 가보라고 한다.
그것이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거부하지만 않는다면, 점점 낙서지만 사람들의 표현은 다채로워지고 점차 흥미로운 형태로 그림이 변화해가는 것을 보게 된다.
비록 무엇을 하고 있지도 모르겠다고 낯설어했지만, 차츰 얼굴 표정에는 긴장감이 낮아지고 표현은 자유로워지면서 안정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갖는다.
한 발 더 나아가, 비록 막 그리기였지만, 스스로 그림에 각자의 고유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볼 때면,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초기 미술치료사인 크레이머는 사람들의 내면의 갈등과 충동을 심미적으로 승화한 것이 예술 작품이라고 하였다.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알아차리고 통제하며 통합한다고 보는 것이다.
예술가들에게는 갈등이 올라올 때, 자신이 사용하던 도구인 미술, 조각, 글, 사진, 음악 등으로 그들의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면서 심미적인 어려움과 갈등, 충동 등을 멋지게 승화시킬 수 있다.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온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에 자신감도 없고 친근감도 멀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이들에게도 예술의 치유 효과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림을 그려본 지 몇 십 년이 되어 버린 이들에게 권해지는 크레용과 물감은 낯설기도 한 도구이겠지만, 예술이 가지고 있는 표현의 힘을 믿어보길 권한다.
기분대로, 손길 가는대로 충동적으로 흔들려 무엇인가 그려나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에게 오는 새로운 마음, 내면의 빛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니 말이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일수록, 안전한 치료환경에서 마음이 끌리는 색으로 즉흥적으로 선 한줄 힘껏 그어보자.
그 순간 자신 안에 숨어있는 욕구가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되어 승화되는 지를 살펴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글: 김 문희
ATR 미국 공인미술치료사
사진 심리상담사